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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한잉크-잉크의 미래 우리가 찾는다

“나의 조국을 위하여”라는 창업이념으로 1945년 대한민국 해방과 함께 설립 된 대한잉크가 2015년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해방둥이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한국의 페인트, 인쇄용 잉크의 발전과 함께한 대한잉크의 역사는 우리 잉크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
대한민국의 중흥기를 거치면서 수많은 파고를 헤치면서도 꿋꿋하게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대항잉크 안희석 대표이사를 만나 창립 70주년을 맞은 대한잉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들어봤다. 취재 | 월간PT 한경환 기자(printingtrend@gmail.com)



나의 조국을 위하여
1945년 해방 이후 대한민국은 새로 만들어야 될 화폐는 물론, 교과서를 비롯한 다양한 출판물이 필요했으나 정작 인쇄에 필요한 잉크는 수요를 제대로 충당할 수 없었다. 해방과 함께 일본인 기술자들이 자국으로 빠져나가자 당시 잉크 산업이 텅 비어 버리는 이른바 공동화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 때 서울 회현동에 ‘대한오브세트잉크’를 세우고 한국잉크의 명맥을 이어온 곳이 바로 대한잉크다.
대한잉크의 창립 70주년을 맞아 회사의 주요 부서를 거쳐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있는 안희석 대표(이하 안대표)를 만났다. 자신의 손으로 키워 온 회사의 70주년 생일이 남다를 것 같았고, 따라서 첫 번째로 그 소감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안대표가 맞은 70 주년은 마냥 기쁜 것만은 아니었다. 전 세계적인 불황과 사업의 근간이 되는 인쇄업계가 전반 적으로 쇠락의 기운이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았다.

안대표는 생일을 맞은 기쁨 보다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대한잉크는 한국의 다른 회사들과는 달리 회사의 모든 역량을 잉크와 페인트 관련 화학 전문 회사로 성장하는데 투자했다. 그러고 보니 7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진 굴지의 회사가 한 우물만 파서 성장을 계속한 이와같은 케이스를 국내에서 몇 군데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안대표는 “현재 인쇄업계는 디지털로 변화와 같은 대외적 환경 변화로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인데 우리 대한잉크는 인쇄용 잉크 전문 기업으로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에 대한 시도가 필요하나 이에 따른 많은 리스크도 감안해야 되는 어려움이 두려움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해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있음을 밝혔다. 물론 지금도 사업의 다양화나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더 크고, 더 넓은 신규사업에 대한 실행 여부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엿 볼 수 있었다.

대한민국 잉크 사관학교
7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아무런 어려움 없이 회사가 성장한 경우는 없을 것 같았다. 그 동안 크든 작든 적지 않은 역사의 굴곡이 회사와 함께 해왔을 터라 회사에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그 위기를 넘겼는지도 궁금해졌다. 안대표는 의외로 회사 초기부터 모든 것이 위기였고, 대한잉크의 역사가 쉽지 않았다고 과거를 술회했다.
안대표는 “아무래도 창업 이후부터 계속 어려움의 연속이 아니었나 싶네요. 지난 1945년 창업해 사업을 시작해온 저희 회사는 사업초기에는 기술을 배울 곳이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었죠. 그래서 뭐든 시작하면 국내 최초가 됐습니다. 물론 그 동안 어려움들도 많았지만 대부분은 외부에서 일어난 것이었지 내부에서 있었던 적은 없던 것 같아요. 외부요인 때문에 생긴 어려움은 우리내부의 조직의 힘으로 이겨나갔습니다.” 현재 대한잉크는 대한민국 잉크의 역사를 만들어오며 잉크 기술을 선도하고 있지만, 창업 당시를 돌아보면 열악한 환경 속에서 기술과 경험 부족은 극복해내기 어려운 과제였다. 조금이라도 앞서나간 회사가 있었다면 그 회사를 열심히 쫓아가 어느 정도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겠지만, ‘최초’ 라는 영광스러운 수식어 이면에는 모든 것을 스스로 시작해야 한다는 업보가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페인트 잉크조합의 초대 조합장을 역임했던 창업자 주도로 선진국의 최신 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했고, 힘든 과정을 거쳐 우리의 것으로 습득된 지식은 대한잉크 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에 유행처럼 퍼져나가게 되어 한 때 대한잉크는 잉크 및 페인트의 사관학교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고 한다.

벤치마크 대상이 된 조직문화
이런 대한잉크의 발전에는 독특한 조직문화도 함께 했다. 지난 1997년을 기점으로 한 IMF 금융체제 아래의 한국 경제는 고통 위에 비틀거리던 안타까운 잠룡의 모습이었다. 많은 기업들이 도산을 했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 몰려진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이다. 물론 대한잉크도 그 위험에 비켜서지는 못했다. 당시 주 거래처였던 기아자동차의 도산 때문에 창사 이래 처음 적자를 냈다. 상황이 악화되자 노동조합이 먼저 부서통폐합 및 정리해고를 받아들였다. 이런 결정이 가능했던 이유는 당시 직원들이 회사가 정상화 되면 모두 복직시키겠다는 회사의 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남아있던 직원들은 상여금을 반납했고, 수당이나 특근비 등을 받지 않기로 했다. 

이런 노력 끝에 대한잉크는 빠르게 정상화를 되찾았고, 다음해부터 해고자를 우선으로 복직시키기 시작했다. 이후에 당시 해고됐던 사원 중 95%가 복직했다.
당시로서는 꿈과 같은 상황이었다. 어떻게 이런 노사관계가 있을 수 있을까? 안대표는 이런 회사 문화에 대해 “믿음이 선행된 노사관계 때문”이라며, “현재 많은 회사들이 우리 노사문화를 벤치마킹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한잉크는 지난 86년 노조가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분규가 일어난 적이 없다. 그 이유는 회사에서 먼저 사원들에게 회사의 사정을 투명하게 공개했고, 따라서 직원들은 회사의 사정을 잘 알게 됐기 때문이다.

대한잉크는 수없이 많은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어떤 제품들이 있을지 궁금했다. 최초라는 이름에 걸맞게 상당한 제품명을 들을 수 있었다.
안대표는 “우리가 만든 최초 제품에는 우선 지폐용 잉크가 있습니다. 해방후 만들어낸 우리 지폐를 대한잉크 제품으로 만들었고, 그와 더불어 교과서와 담배 포갑지에 사용된 제품도 대한잉크에서 만들었다.”며 “잉크 이외에 새마을 운동에 적용된 페인트도 우리 회사 제품이 사용된 곳은 수도 없이 많았다”면서 대한잉크의 역사적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현재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국내에서 사용되는 전 종류의 잉크(옵셋, 윤전, UV, 그라비아, 플렉소)를 만들고 있다. 최근에는 솔벤트 프리 잉크 ‘솔프리’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특히 이 제품은 식품포장지에도 사용이 가능할 만큼 친환경적이어서 국내최초 FDA승인을 받았으며 환경단체에서도 많은 상을 받기도 했다. 윤전의 경우 고급 인쇄물의 70~80%는 대한잉크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주력 제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대한잉크에서 금년 주력으로 삼고 있는 제품은 올해 초 출시한 신제품 ‘RAPIDY(라피디)’다. 빠르다는 의미를 가진 스페인어 RAPIDO에서 이름을 딴 제품답게 빠르게 건조되는 것이 특징인 제품이다. 인쇄인들이 공통적으로 고통을 지적하는 건조로 인한 뒷묻음, 쵸킹 발생 문제를 없앤 제품이다. 우리나라는 뚜렷한 사계절을 가지고 있는데 겨울철, 장마철 작업 시 많이 나타나는 건조 문제 해결에 큰도움을 얻을 수 있다. 더불어 일반 잉크 대비 높은 농도, 광택을 가져 뛰어난 색 재현성을 가진 제품이다.



멀리보고 제대로 만드는 것이 목표
업계의 다양한 요구와 빠르게 변화하는 인쇄 트렌드에 발맞춰 최신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쏟아 붓고 있는지 궁금했다.
현재 대한잉크는 중앙연구소와 잉크연구소로 이원화하여 중장기 테마를 개발하고 있으며 연구소는 가변적으로 개발 아이템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이연구팀의 역할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적으로 구분하자면, 연구소 5곳 중 3곳이 장기적으로 미래를 보고 제품을 기획하는 연구소다. 나머지 2군데가 기존 제품을 연구하고 있다.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니다. 제품 개발과 선진 기술 도입 목적으로 선진 각국에 전문가 고문 제도가 있고, 기술제휴, 기술투자들을 병행하여 진행하고 있다. 제휴업체와의 교류 활성화로 신소재에 대한 기술 획득과 제지, 안료, 부자재 업체와의 기술 교류로 연구원들의 자질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안대표는 “눈에 보이는 것만을 따라가면 뒤떨어진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되도록 멀리 보고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 미래를 대비하는 대한잉크의 모습이었다.
더불어 대한잉크는 미래를 대비한 해외투자에도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투자처는 중국과 우즈베키스탄이 있고, 베트남에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올해 11월에 공장 착공을 준비 중이다.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은 중동과 서남아시아에 우선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베트남은 삼성전자 휴대폰 및 가전제품의 최대 생산 기지로 전자인쇄 및 CAN COATING, 패키지 인쇄 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또한 베트남은 TPP에 가입이 돼 있어서 차후 수출에도 유리한 점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전체 매출량의 45%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현재 대한잉크가 겪고 있는 문제는 무얼까? 안대표는 인력과 규제문제를 들었다. 안대표는 입사 후 내부 승진을 거쳐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는 장기근속이 가능한 회사에서만 가능한 일이고 현재도 근속 20년 이상인 임직원이 많은 부분에서 오랜 경험과 숙련된 기술로 안정적인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계열사 사장단에도 연구직으로 들어와서 승진한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이다. 아무리 이름이 알려지고 오래된 강소기업 이라고 해도 제조업이 기반이다 보니 연구직은 물론 현장직 사원을 구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안대표는 “제가 신입직원일 때는 손에 잉크가 까맣게 묻은 채로 퇴근할 때가 많아 주위 시선이 부끄러워 손을 신문으로 가리기도 했다”면서 제조업체 직원들의 애환을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직원들은 10명 중 4~5명이 1~2년 뒤 그만두는 경향이 있다면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더불어 큰 문제는 각종 규제다. 처음 대한잉크 안양공장이 설립된 지난 1976년에는 공장 주위에 아무 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지만 현재는 주변이 아파트 단지로 빠르게 채워졌다. 때문에 개축, 증축과 같은 증설이 안 된다는 것이 현 실정이다. 환경을 생각한 규제는 당연하지만, 규제 일변도의 정책보다는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에서 먼저 찾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100년을 보고 제품 만든다
끝으로 대한잉크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잉크라는 한 업종만을 바라보는 회사 특성상 관련업계의 흥망성쇠는 자신의 미래와도 관련이 깊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쇄업계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안대표의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대한잉크는 인쇄잉크업종에 70년을 영위하면서 지속적으로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온 결과 한 우물 경영을 하면서도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고 자부하면서 앞으로 미래에 대한 변화를 두려움 보다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느낄 수 있었다.
변화에 따른 대응이 너무 빨라도 망하고 가만히 있어도 망한다는 이론을 말하면서 80년대 국내 최초로 인디고 인쇄기 도입에 따른 경험을 토로하며 밝힌 미래에 대한 생각도 남달랐다.
안대표는 “인쇄업이나 종이업종같이 환경 변화에 따른 한계 업종은 있지만 한계 기업은 없다는 것이 저의 지론”이라면서 “업종이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업계가 정리되고, 또 새롭게 발전되겠지만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여 돌파할 시간은 아직까지 있다고 본다.”며 기술을 가지고 있는 한 성장 할 수 있다는 대한잉크의 미래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자신감을 피력했다.

대한잉크의 업계 최고 제품이라고 자부하는 윤전 잉크는 매출이 계속해서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편이다. 이는 대량생산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화장품, 식품, 의약품, 농산물 등 패키징 관련 제품은 더욱 다양화 되는 추세다. 이에 대한잉크의 전략은 다양한 산업에 맞는 고품질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이 전략이며 종이 소재가 아닌 금속, 프라스틱, 유리 소재로 전환하는 중이다. 특히 전자소재와 3D인쇄, INK JET INK, 수성코팅에 사용되는 제품에 주목하고 있다.
대한잉크가 4:4:2를 바탕으로 한 5개년 계획을 잡고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4:4:2는 국내, 해외, 신규개발 제품 비중을 말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점차 줄고 있는 종이산업 보다는 플라스틱이나 금속 등 신소재에 사용되는 제품 비중을 높일 생각이다.
안대표는 “앞으로 대한잉크는100년을 넘어 계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것이며 성장의 크기는 직원들의 능력에 좌우 될 것 입니다. 인재육성에 최우선 노력을 하고 있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출처 월간PT 2015년 11월>
※ 출처 : EngNews (산업포탈 여기에) - 대한잉크 70주년 안희석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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