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충무로의 대표적 이미지는 대부분 2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가 영화 그리고 두 번째가 인쇄다.
지난 반세기가 넘는 동안 충무로라는 이름으로 번성을 하던 두 이미지 중 영화는 그 권력을 강남으로 뺏긴지 오래고,
인쇄 또한 과거의 명성과는 어울리지 않게 서서히 추락하는 모습이다. 산업의 흥망성쇠를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좀 더 나은 곳으로 가려는 노력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명함제작 전문 업체 가로세로에서 디지털 인쇄의 미래를 찾아보기로 한다.
취재 | 월간PT 한경환 기자(printingtrend@gmail.com)
IT와 아날로그의 만남
명함 전문 업체 가로세로를 방문하면 아마 두 번 놀랄 것 같다. 첫 번째는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보여서 일 것이고, 그 다음은 그들의 비전과 숨겨진 장비들 때문일 것 같다. 사무실 앞 플라스틱 책상 위에서 루페로 인쇄물을 살펴보는 유영남 대표(이하 유대표)의 모습에서 전형적인 인쇄인의 모습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무실 한편에서 노트북 컴퓨터를 들여다보던 박영남 페타정보기술 팀장(이하 박팀장)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둘이 만나게 된 이야기는 이렇다. 네트워크 기술과 명함자동화 솔루션을 가지고 있던 페타정보기술은 명함제작프로그램 Smart BizNC를 만들기는 했지만 실제로 완성품을 만들려면 여러 가지 요구가 많을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라 제대로 명함을 만들어줄 업체가 필요했다.
유대표는 “30년 가까이 충무로에서 일하면서 평소 아무리 까다로운 조건을내세워도 최대한 고객이 원하는 대로 명함을 만들어 준다는 생각을 가지고 사업에 임했어요. 그래서 페타정보기술과 사업을 같이 하게 된 것 같다.”며 두 회사의 만남이 우연이 아님을 이야기했다.
명함 제작의 진화를 보다
명함 제작의 프로세스는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복잡하다. 예를 들어 부서가 100개인 회사가 있다고 가정하면 각 직원들이 필요로 하는 명함의 가짓수 는 100개가 아니라 그
이상이 된다. 각 직원별 이름, 직급,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는 물론 신입직원이나 진급한 직원, 내부 이동한 직원들은 당장 명함을 원하지만 손에 쥐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더구나 명함 제작에 필요한 내용을 엑셀 파일로 작성해서 기획사나 대행사로 보냈을 때 그 내용을 일일이 디자이너가 보고 고치다 보면 오타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페타정보의 Smart BizNC는 그런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각자 명함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직접 간편하게 만들어서 빨리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때 명함 제작에 별다른 툴 사용법을 배울 필요가 없다는 점은 덤이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기본적인 자간이나 폰트 사이즈 등이 자동으로 수정되기 때문에 다양한 사양의 명함을 어색함 없이 만들 수 있다.
일단 개인이 필요한 명함을 제작하고 확인을 누르면 총무나 인사과를 거쳐 승인이 떨어지고 그 데이터는 페타정보기술의 서버를 거쳐 인쇄소로 향한다. 해당 회사의 ERP 시스템에 붙여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능한 기능이다.
자기 명함을 자기가 직접 만드는 과정에서 오타가 생길 확률은 거의 없는 수준이 된다. 만약 수정할 부분이 생긴다면 전적으로 명함을 만든 당사자 책임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들은 암호화 되어 다른 곳에서는 그 내용을 알아볼 수 없고, 명함 제작이 완료되면 해당 데이터는 자동으로 삭제된다. 따라서 보안에 중점을 둔 금융권을 비롯해 정부에서 사용하는데 무리가 없는 솔루션이다.
박팀장은 “실제로 제가 전에 일하던 회사에서는 명함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는 직원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그걸 보고 이 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했다”며 Smart BizNC의 탄생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편리하고 다양한 장점 때문인지 이미 페타정보기술을 바탕으로 한 시스템을 사용하는 회사는 벌써 70곳이 넘는다. 차후에는 일반 회사뿐만 아니라 기획사를 대상으로 한 제품도 준비 중이다.
명함, 작다고 무시하지 마세요!
첨단기술과 30년 경력의 인쇄인의 만남은 흔한 것은 아니지만, 그 둘이 만나 손바닥보다 작은 명함 제작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다는 말에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가로세로의 주력은 명함 이외에도 캘린더, 봉투와 같은 소규모 인쇄물을 제작하고는 있지만 주력 제품은 명합이다). 예전에 비해 더욱 낮은 단가는 물론 어디를 가든 명함은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1~2년 사이에 가로세로의 투자금액은 적지 않았다. 디지털 인쇄기인 후지 제록스 Color 800 Press와 우치다 Aero Cut 4 재단기를 사용하고 있다. 추가로 역시 후지 제록스의 iGen150 Press를 구입한 상태다. 이를 통해 좁은 장소에서도 인쇄와 재단이 모두 가능한 것이 장점이지만, 소규모 인쇄업체에서 사용하기에는 상당히 고가 제품이다.
유대표는 “처음에는 주위에서 다들 미쳤다고 했어요. 그렇지만 저는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며, 지금 보다 넓은 장소에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생산과 후가공 그리고 배송에서 타 업체를 압도하는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후지제록스 iGen 150 Press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물어보자 “타사 제품에 비해서 다양한 크기의 종이를 사용할 수 있고, 인쇄물을 말리는데 필요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인쇄 이후에도 잉크가 묻어나지 않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인쇄 품질에 대한 욕심이 많아 현재 사용 중인 Color 800 Press가 성에 차지 않기 때문이라고 ….
더불어 박팀장은 “국내 명함시장은 대략 연간 5천억 원 수준입니다. 큰 인쇄소에서 2백 억 정도 점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작은 회사들이 제작하는 수준이에요.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닙니다.” 라며 시장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디지털이 미래의 모든 것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의 엄청난 약진에 힘입어 현재 아날로그 세계의 물건은 퇴물 취급을 받았다. 심지어 같은 디지털 제품인 MP3 플레이어나, PMP는 시장을 완전히 잠식해 버렸고 소형 디지털 카메라 시장까지 넘보는 놀라운 발전을 거뒀다.
지난 2011년 구글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NFC 기능을 활용한 안드로이드 빔을 선보인 적이 있다. 자신의 디지털 명함정보가 담긴 내용을 원하는 사람의 폰에 툭 치기만 하면 디지털 명함이 자동적으로 상대방의 스마트폰으로 옮겨지는 기능이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기능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그 기능을 쓰는 사람은 찾아보기는 힘들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사용자의 태도와 문화까지 모두 바꾸기에는 힘들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더불어 아직까지 사람들은 명함이라는 물건이 주는 아날로그적 물성을 더 선호하는 것이기 때문은 아닌가도 생각해본다. 우리가 디지털의 미래를 낙관하면서 아날로그 시대를 불안하게만 볼 필요는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출처 월간PT 2015년 11월>
※ 출처 : EngNews (산업포탈 여기에) - 디지털 인쇄의 미래 가로세로 하이테크와 로우테크의 만남'산업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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